지병 앓는 남편 살해 日人 아내 징역9년 중형
-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신부전증을 앓아온 한국인 남편을 십여년 간호하다가 생활고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끝내 질식사시킨 일본인 여성에게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이 여성은 남편을 숨지게 한 뒤 병사한 것처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구형량(7년)보다 높은 형량을 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잠자던 남편을 수건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일본인 A(53·여)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국제결혼한 이들 부부의 아픔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국제결혼과 함께 남편 B(52)씨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춘천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그러나 남편 B씨에게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탓에 이들 부부는 영세민 아파트에서 어렵게 생활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A씨는 2002년부터 신부전증을 앓기 시작했다. 생활은 더욱 곤궁해졌다. 생활고 탓에 자녀도 두지 못했다.
이후 A씨는 남편을 간호하며 근근이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신부전증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혈액 투석과 약값에 들어가는 돈은 한 달에 약 40만~50만원.
A씨는 병원비를 대려고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한 달에 50여만원씩 벌었고 일을 못할 때는 친분이 있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십시일반 모아 도와줬다.
하지만 이 무렵 남편의 가정폭력이 시작됐다. 술만 마시면 가재도구를 부수고 욕설을 하는 등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전 3시께 춘천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의 얼굴을 수건으로 눌러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A씨는 119에 "신부전증을 앓는 남편이 호흡이 없다"고 신고해 남편이 병사한 것처럼 꾸몄다.
살인 혐의로 A씨를 기소한 검찰은 A씨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적응장애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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