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210만 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유경석(52) 한국회장이 ‘국민종교’로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내세운 목표다. 2012년 9월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성화(별세) 이후 통일교의 미래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통일교는 한학자 총재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13년 10월 처음으로 통일교 신도 2세 출신으로 가정연합 한국회장에 오른 유 회장이 있다. 그에게 문 총재 이후 통일교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들어봤다. 유 회장은 미국통일신학대학원(UTS)에서 종교교육학 석사를 받고, 선문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를 받은 종교전문가다. “문 총재 성화 이후 3년 동안 한 총재를 중심으로 현장중심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점수로는 80점 정도는 될 것 같다”며 유 회장은 웃었다.

취임 이후 통일교의 혁신을 이야기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한 총재는 문 총재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다양한 변화와 노력을 하자는 의미로 ‘비전 2020’을 선포했다. 문 총재 성화 이후 2020년까지, 전반기 3년은 내적인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시기였다. 후반기 4년은 ‘희망 4년’이라는 목표를 두고 외적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한국 회장에 취임한 이후 통일교 내부의 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통일교는 본부 중심으로 모든 게 이뤄졌다. 이제는 현장에 있는 24개 교구(250여 개의 교회)가 중심이 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전도시스템, 목회자 및 사역자 역량강화, 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구중심의 기반을 마련했다. 희망 4년 동안 교구중심 시스템이 열매 맺을 것이다.

본부가 아닌 교구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뭔가.
희망 4년 동안 각 지역에서 국민종교 성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교구가 중심이 돼야만 지역에 맞는 전도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교구 스스로 지역의 특성을 살피고 전도 목표를 세운다. 생활종교가 될 수 있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성적표는 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100점이 안된 것이다. (웃음)

현재 신도는 얼마나 되나.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정도이고, 한국 신도는 약 30만 명이다. 2020년까지 210만 가정이 목표다. 수치로 따지면 1000만 명 정도 된다.

현장 중심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는데, 본부는 어떻게 지원하나.
미래 지도자 양성을 위해 유·초등부터 대학까지 각 단계별 교육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협회 내에 미래인재개발원을 설치했다. 지도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개발된 우수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사이버 온라인 선교 활동도 강화한다. 2014년부터 준비했던 인터넷 방송 ‘참사랑 TV’를 지난해 정식 오픈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12시간을 방송한다. 문 총재에 관한 이야기와 뉴스, 콘서트와 특별 기획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통일교에 대한 종교적 편견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에 대한 편견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화됐다고 본다. 요즘 지자체 축제에 많은 신도가 참여한다. 지역으로 내려가면 통일교에 대한 편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교리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어 기독교와 대립은 여전하다. 이것은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교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제3자가 나와서 중재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국민종교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할 것이다. 생활 속 실천 종교가 되기 위해 사회·국가적 의제에 적극 관심을 갖고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 받는 종교로 커나겠다.

지난해 8월 문선명 총재 성화 3주기를 맞이해 한 총재가 통일 운동에 매진한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문 총재는 ‘평화 세상을 연결하자’는 평화비전을 강조했다. 지난해 마련된 ‘2015 피스로드 프로젝트’에 전 세계 121개 국가에서 30만 명이 참여했다. ‘한반도 통일이 곧 세계평화로 연결된다’는 취지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8월 ‘통일준비 국민위원’을 발족했는데, 현재까지 3만5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에서 ‘2015 평화통일 실천 국민대회’를 열었는데 이 행사에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통일교는 남북관계 개선의 민간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에 세운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 운영이다. 2012년에는 12년 동안 북한과 합작해 운영한 회사 평화자동차와 1991년 인수한
보통강호텔 운영권을 북한에 양도했다. 평화자동차를 운영했던 박상권 사장은 현재 명예이사장으로 남아 사업에 조언을 하고 있다. 통일교와 북한은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박 명예이사장은 북한을 오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인사로 꼽힌다. 통일교가 평화통일에 매진한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2012년 문 총재가 별세한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조전을 통해 한 총재를 초청한 바 있다. 유 회장은 “한 총재가 적당한 시간에 방문하겠다고 답했다”며 “2020년이 되기 전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메신저 역할을 계속 하는 것인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쪽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

한학자 총재의 방북은 언제쯤 이뤄지나.
2020년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며 그전까지 통일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문 총재가 있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통일교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한학자 총재가 World Summit 2013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2015 평화통일 실천 국민대회’에서 한 총재는 ‘제5유엔 사무국 유치 프로젝트’를 이야기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유엔사무국은 유엔의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뉴욕(제1사무국), 스위스 제네바(제2사무국), 오스트리아 빈(제3사무국), 케냐 나이로비(제4사무국)가 있다. 아시아 대륙에는 유엔사무국이 없다. 이 때문에 제5유엔 사무국을 한반도에 유치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 제5유엔 사무국은 세계평화를 위한 군축 및 종교, 여성 문제 등을 다뤄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남북 관계를 고려해 비무장지대(DMZ)나 경기도 일원에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제5유엔 사무국 설치 운동이 흥미롭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지난해 말부터 한 총재께서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DMZ 세계 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유엔사무국 유치활동을 민간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내년 대선후보 정책제안 활동을 추진해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지난 2월 12일부터 16일까지 문선명·한학자 총재 탄신 및 기원절 3주년 행사로 서울 잠실롯데월드호텔에서 국제지도자회의가 열린다. 전 세계에서 180여 명의 현역의원과 40여 명의 언론인과 종교지도자가 참석한다. 이때 한국에 유엔사무국 유치 이슈를 이끌어낼 것이다.

한 총재의 근황이 궁금하다.
문 총재 성화 이후 ‘3년상’을 정성껏 치렀다. 얼마 전에는 제1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과 식량위기 대안으로 물고기 양식기술을 개발한 인도의 모다구두 굽타 박사가 선정됐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미래 인류 식량문제 해결에 힘쓴 공로다. 지난해 11월 17일에는 ‘2015 평화통일 실천 국민대회’를 통해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총재는 미래 인재양성에 관심이 높다. 올해 초 ‘2015 원모평애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을 통해 미래세대를 이끌 세계 68개국 인재 2000여 명에게 장학금 100억원을 전달했다.
통일교 창시자 문 총재의 별세 이후 사람들은 통일교의 향후 행보를 주목했다. 교세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문 총재 이후 한 총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 통일교 교세 확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문선진 세계회장 회장과 유 회장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문 세계회장은 전 세계 선교조직을 총괄한다. 세계본부를 통해 선교전략을 수립하고 각 나라의 선교활동을 지원한다. 한 총재는 문 세계회장을 임명한 후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내적인 정성과 기도생활에 집중했다. 나는 13개 대륙 본부 중 하나인 한국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은 창시자가 탄생한 신앙의 조국이다. 통일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나라는 한국이다. 교회 리더십이나 조직,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에 세계 선교국은 한국을 모델로 전략을 수립한다.

문 총재 이후에도 통일교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정연합에서 죽음을 성화라고 말한다. 문 총재가 성화했을 때 통일가의 식구들은 가슴 아파했다. 한 총재는 슬픔에 빠져 있는 통일가의 형제자매를 따뜻하게 품어 일으켜줬다. ‘중단없는 전진’을 내세우며 문 총재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하늘의 뜻을 온전히 이루겠다는 ‘Vision 2020’으로 희망을 줬다. 문 총재가 선지자적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한 총재는 조화와 균형의 리더십으로 가정연합을 이끈다. 한 총재를 중심으로 단합해 내부 갈등은 없다.

2월 통일교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가정연합은 문선명 총재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20년을 4년 앞둔 올해를 ‘희망 4년’이라고 명명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탄신 및 기원절 3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주요행사로는 문선명·한학자 총재 탄신행사, 제3주년 기원절 기념식 및 2016 천주축복식, 원모평애재단 장학증서 수여식, 국제지도자회의, 세계평화의원연합 창립 발의 행사 등이 열린다.

2016년 한국회장으로서 비전과 계획은 무엇인가.
종교인이 교권과 교리를 기반으로 전도하던 시대는 지났다. 세상은 종교공동체의 문화와 구성원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 가정연합 한국본부는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탄생한 심정의 본향이다. 신앙과 심정의 본향인 한반도는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다. 지금도 남북은 긴장과 갈등 속에 놓여 있다. 한반도통일과 평화실현 사명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 최영진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