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격 미달인데 합격… “3월1일자 상무 승진 예정, 조한규 사장 직접 결재”
박장준 기자 | weshe@mediaus.co.kr
세계일보의 한 간부가 임원만 지원할 수 있는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에 임원이 되기 전 지원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경영대학은 기업 CEO 등 임원을 대상으로 이 과정을 진행하는데,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은 해당 간부에 대한 상무 승진을 재단에 요청했고 승진이 긍정적이라는 이유로 상무 재직증명서를 발급할 것을 지시했고 이 간부는 최종 합격했다. 서울대는 진위가 밝혀지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6일 홍광표 세계일보제작단 본부장(전 세계일보 기획조정실장) 등에 따르면, 안아무개 판매국장은 지난 1월 5일부터 23일까지 접수를 진행한 서울대 경영대학(학장 김병도) 최고경영자과정(Advanced Management Program) 제 79기 과정에 지원했다. 서울대 AMP는 지원자격을 ‘공·사기업체의 회장, 사장 및 고위임원’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안 국장은 지원 당시 ‘상무’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안 국장은 지원과 합격자 발표 당시 임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부정 입학’ 가능성이 있다. 조한규 사장은 재단에 안 국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재단은 오는 2월 말에 회의를 열고 3월 1일자로 인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합격자 발표일이 열흘 지난 16일 현재까지도 안 국장은 AMP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홍광표 본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조한규 사장이 직접 지시해 결재한 것으로 조 사장이 1월 ‘재단에 승진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해 재직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조한규 사장이 당시 “이권이 개입된 게 아니고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승진이 예정된 만큼 상무 재직증명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AMP 지원자격을 △공·사기업체의 회장, 사장 및 고위임원 △정부 각 기관의 2급 이상 공무원 △각 군의 장성급 장교 △기타 주요기관의 기관장급으로 정하고 있다. AMP 행정실 관계자는 “관련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고, 세계일보 인사팀에 공문을 요청했다”며 “진위가 밝혀지면 그때 가서 (입학 취소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AMP 행정실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력을 속여 입학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안 국장은 “황당한 내용”이라며 “개인 신상과 관련한 것이고, 회사 내 사정이 있으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안 국장은 2006년 세계평화교육연구소장을 맡았고, 2013년 조한규 현 사장이 취임한 뒤 판매국장 겸 경영기획위원이 됐다.
한편 1976년 개설된 서울대 AMP는 정·재계 인사들의 지원이 몰리는 곳이다. 수백만 원의 등록금에 입학는 자치회비까지 고액을 부담해야 하나 지금까지 5천여 명이 이 과정을 밟았을 정도다. 서울대는 이 과정 이수자에게는 △서울대 총장 명의 이수증 △동창회 구성 △정기간행물 증정 및 시설 이용 △경영컨설팅 우선 지원 △각종 세미나 및 포럼 참가 등을 특전이 있다고 홍보했다. AMP는 6개월 과정인데 3월 입학하는 79기는 3월 6일부터 8월 1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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