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은주(61) 전 김영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나상용 판사)는 7일 박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박은주 김영사 전 대표가 지난 8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74억원 횡령·배임'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진석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영사의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로 장기간에 걸쳐(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여년) 다양한 방식으로 김영사와 그 자회사로부터 6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횡령했고, 김영사의 수익부서인 체험학습부를 아무런 절차없이 자신이 주주로 있는 월드김영사로 이전해 김영사에 대한 배임혐의를 저지른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창업주인) 김강유(70)와 40억여원에 달하는 피고인의 퇴직금을 포기하고, 피고인 명의의 시가 150억원 상당의 가회동 건물도 김강유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해 이것으로 피해회복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위 합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해 여전히 그 소송이 계속 중이므로 이 역시 피해 회복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없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인정한 박씨의 횡령 수법은 다양했다. 박씨는 경리부장과 경리부 직원과 공모해 인세를 지급하지 않고도 도서에 대해 인세 11억여원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를 처리하고 그 돈을 자신이 착복해 개인적 용도로 썼다.
회사자금을 회계처리없이 무단으로 횡령한 것도 31억여원에 달했다. 유령직원을 등재하고 그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횡령한 돈도 5억여원에 달했다.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며 회사돈으로 중개수수료 2200만여원을 송금하도록 하기도 했다. 자기 소유 건물의 인테리어 비용 9600만여원을 김영사 자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저자 섭외나 기획 등 업무를 하지 않은 인물에게 기획료 명목으로 2억4000만여원을 송금해 횡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박 전 대표가 사업전망이 좋은 김영사의 체험학습 사업을 자신 소유의 '월드김영사'로 무상양도해 업무상 배임죄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표는 일부 횡령은 인정하면서도 비자금 조성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2008년 통일교측과 문선명 자서전 출간 계약을 맺으며 3년내에 총 200만부 이상을 판매하기로 하고 150억원(이후 135억원으로 변경)을 받기로 했다"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책 사재기 비용으로 22억 9200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책값 21억 7500만원(15만부×1만4500원)과 책 사재기 아르바이트 비용 1억 1170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는 "종교계 등의 반발이 예상돼 부득이 하게 이를 비자금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 금액은 실제 기소시 횡령 항목에서 제외됐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비용이 실제 지급됐다 하더라도 (비자금이 아니라) 통일교측에서 받은 135억원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표는 "김영사 창업주인 김강유와 그의 처가 기거하는 용인 법당에 지급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강유에게 매월 1000만원씩 6년여간 총 6억4000여만원을 지급하고 명절에도 500만~1000만원씩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강유와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 거액을 지급한 것은 피고인 개인을 위한 것일 뿐 김영사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횡령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은주 전 대표는 1989년부터 지난 2014년까지 25년간 김영사를 경영하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정의는 무엇인가' 등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내며 '출판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김영사 설립자인 김강유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퇴사했고, 이후 김 회장과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김 회장은 1983년 김영사를 설립한 후 89년 당시 편집장이던 박은주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한 후 불교수행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 전 대표와 분쟁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기획으로 알려진 많은 베스트셀러들이 사실은 내 아이디어거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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