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통일교, 그리고 데이비드 윤
최씨의 ‘독일 조력자’ 데이비드 윤, 통일교 고위층 S 前 사장·K씨 등과 친인척 관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02(금) 13:00:27 | 1415호
‘국정 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돼 구속된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관련해 통일교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실제 그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타우누스에 법인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재독교포 데이비드 윤(한국명 윤영식)이 통일교와 관련이 있고, 최씨가 귀국 전 독일 현지에서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한 보도 경위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10월27일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올린 기사로부터 시작됐다. 이 기사에서 안씨는 “세계일보가 최씨를 독일 현지에서 인터뷰하는 데 전직 세계일보 사장 S씨가 도움을 줬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씨와 통일교의 직접적인 관계를 거론한 것이다. 통일교 내 ‘유럽통’인 S씨는 통일교가 대주주로 있는 세계일보에서 2000년대 중반 사장을 역임했으며, 고(故)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현 총재 부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장 재직 시절 S씨는 ‘세계일보 사장배 쟁탈 재독한인 골프대회’를 열 정도로 독일에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다. 현재 통일교 내에서 S씨의 직책은 순회사 겸 서유럽 특명총사다. S씨가 유럽지역 책임자로 있던 시기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다. 베를린에 사는 한 재독교포는 시사저널에 “최씨가 20여 년 전 독일(프랑크푸르트)에 잠시 살았고, S씨는 물론 당시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정윤회씨를 만난 것도 그때”라고 전했다.
최순실씨 모녀가 6월2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파티를 즐기는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데이비드 윤이며 그 옆이 최순실씨다. © 뉴시스
통일교 “데이비드 윤은 우리와 관계없다”
이 밖에도 독일 교민사회에서는 S씨와 윤씨 사이에 통일교 내 또 다른 고위층 인사인 K씨가 가교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아프리카 한 국가의 ‘메시아’(지역 목회자)로 활동하는 K씨는 S씨의 처남이다. 여기에 최순실씨의 조력자인 윤씨가 K씨의 사위며, 윤씨의 아버지는 윤남수 전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파독 광부 출신으로, 독일 현지에서 세계일보 유럽지국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회장이 독일 내 최대 한인단체인 재독한인회장을 맡은 시기는 1987~88년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비덱스포츠 설립 등 최씨 모녀의 독일 체류에 법률적 조언을 해 준 박승관 독일 변호사가 윤씨와의 친분으로 ‘조력자 그룹’에 합류했다고 본다. 재미 언론인 안씨는 “박 변호사는 윤씨보다 3살 아래의 대학 후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등 일부 국내 언론은 “윤씨가 최순실씨의 ‘한국 아지트’인 테스타로싸 커피숍(서울 논현동)에 독일산 커피를 납품하는 등 최씨와 함께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현지 독일어 선생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최씨와 윤씨는 오랜 시간 사업 파트너로 인연을 이어왔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데이비드 윤이 K씨 사위인 것은 맞지만 5년 전 이혼했으며, 통일교 내 아무런 직책을 맡지도 않았고 결혼 전은 물론 이후에도 교회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윤 전 회장 역시 세계일보 현지 판매망만 책임졌을 뿐 통일교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며 윤 전 회장 부자와 통일교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S씨는 아내가 현재 암투병 중이어서 계속 한국에 있었으며, 그로부터 ‘최씨 독일 현지 인터뷰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세간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세계일보 측도 “최씨 인터뷰는 세계일보 자체 인적 네트워크로 만들어졌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재미언론인 안씨가 S씨를 ‘기획인터뷰’ 배후로 지목한 이유는 10월26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쓴 또 다른 기사 ‘최순실, 전 통일교 유럽총책 이탈리아 대사로 추천…조응천이 반대’와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안씨는 “최씨가 S씨를 이탈리아 대사로 추천했다가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그 내용은 청와대 재직 시 경험한 사례에 해당하므로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걸어 문제를 삼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제가 원칙을 지키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도 “S씨가 어느 지역인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사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밝혔다.
최씨 모녀가 독일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구입하는 데는 데이비드 윤의 도움이 컸다. © 연합뉴스
청심그룹 세무조사와 연결 짓는 시각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계일보의 최씨 인터뷰 보도를 지난해 초 진행된 통일교 관련 기업 세무조사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정윤회 문건’ 보도로 세계일보가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2014년 11월 무렵이다. 그 일이 있은 후 두 달 뒤인 2015년 1월 통일교 재단 산하 청심그룹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한 곳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검찰로 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같은 곳이다. 2002년 8월에 설립된 청심그룹은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병원·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등 의료·복지·교육 관련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세무조사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통일교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이례적인 세무조사여서 교단에서도 상당히 당황스러웠으며, 그러다 보니 정황상 ‘정윤회 문건’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를 최순실씨 배후세력으로 보는 이들은 “당시 세무조사에서 뭔가 꼬투리를 잡힌 통일교가 정부와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었으며, 이후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고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기자들을 전보조치 한 것 아니냐”며 “최씨 ‘기획인터뷰’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숙원사업인 선학박물관·한일해저터널 착공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모두 100% 소설이며, 세계일보의 대주주가 통일교인 것은 맞지만 보도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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